연구인력 파격적 지원책 제시
대학원 대통령장학금도 신설
과학계 “임기응변 수준” 불만
정부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2차 민생토론회에서 과학계 연구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연구비 지급과 ‘제2 과학연구단지’ 건설 등 종합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. 특히 윤 대통령이 직접 대전 과학기술연구단지를 방문, 2024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거진 연구·개발(R&D) 예산 삭감에 따른 과학계 불만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.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“R&D 예산이라는 게 인건비만이 전부가 아니다”며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.
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이날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매월 석사 과정 80만 원, 박사 과정 110만 원의 연구생활장학금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. 또 과기정통부는 △이공계 대학원생 대통령 과학장학금 신설 △석·박사 과정생 연구원들의 연구 아이디어 신규과제 1400여 개 지원 △제2 과학연구단지 조기 조성 △충청권 광역급행철도(CTX) 업그레이드 등도 내놓았다. 정부출연연구기관(출연연)에 대한 인건비 지원 형태에서 벗어나 우수 인력 육성·확보 방향으로 R&D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.
올해 1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된 ‘글로벌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’도 적극 추진한다. 이 과정에서도 출연연 협업을 유도하되, 방식은 참여 연구자들에 대해 직접 예산을 지원한다. 정부 관계자는 “이번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해 과학계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”고 평가했다.
하지만 과학계에서는 R&D 예산 논란으로 드러난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. 윤 대통령의 일회성 방문인 데다,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파편적으로 제시된 대책들을 ‘짜깁기’로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.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 카르텔로 인해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면서 2024년도 정부 R&D 예산을 전년 대비 15%(4조6000억 원) 삭감한 바 있다. 원자력 분야의 한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“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좋은 취지로 보이지만, 정책적 사고를 거친 큰 그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예산 삭감에 따른 이공계 분야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한 수준”이라고 말했다.